아내 불륜으로 낳아도 친자식" 法은 10년을 주목했다

종합 2019. 10. 26. 11:00

아내와 이혼하며 두 자녀들 상대로 '친생자관계 없음을 인정해달라'며 소송걸어

“불륜해서 낳은 자식도 책임지라는 말이냐”
“판사가 정신이상자 아니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A씨가 두 자녀를 상대로 제기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의 상고심을 기각하자 비난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대법원이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자녀와 혼외관계로 낳은 자녀 모두에 대해서 친생자로 추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걸 두고섭니다.
부부는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남편 A씨의 무정자증으로 아이가 생기지 않자 1993년 타인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을 통해 첫 번째 자녀를 얻었습니다. 4년 후인 1997년, 둘째 자녀가 태어났습니다. A씨는 자신의 무정자증이 치유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A씨가 진실을 알게 된 건 약 10년 후.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둘째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검사를 받게 됐는데, 그때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3일 A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을 열어 각하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중앙포토]


부부는 두 자녀에게 사실을 숨기고 결혼생활을 하다 관계악화로 2013년 이혼 소송을 하게 됩니다. A씨는 이혼 소송과 함께 두 자녀를 상대로 ‘내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달라’며 친생자관계 부존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자녀들도 그제야 진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두 자녀 모두에 대해 A씨의 친생자로 추정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이 정말로 자녀 두 명을 A씨의 ‘친자식’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일까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 vs. 친생 부인의 소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와 ‘친생부인의 소’입니다. 그 중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는 친생자로 추정할 수조차 없다고 보는 경우에만 제소가 가능합니다. A씨는 ‘애초에 두 자녀는 친생자로 추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걸었습니다.
우리 민법은 혼인 도중 아내가 임신하면 일단 남편의 자식으로 여기는 ‘친생추정의 원칙’을 두고 있습니다. 1958년 민법 제정 당시 친자식이 맞는지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태어난 아이에게 법적 안정성을 제공해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원칙입니다. 1983년 대법원 판례는 친생자 추정의 예외를 ‘부부가 따로 사는 등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을 때’로 좁게 규정했습니다.
‘두 자녀를 우선 A씨의 친생자로 추정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이 재판의 쟁점이 된 이유입니다.

1·2심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부적합”
1심은 A씨가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봤습니다. 혼인관계에서 태어난 자식이라면 우선적으로 친생추정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본 겁니다.
2심은 A씨가 타인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동의해 얻은 첫째 자녀는 친생자로 추정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둘째 자녀는 유전자형이 달라 친생자로 추정되진 않더라도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이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A씨가 사실을 알고도 10년이 넘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입양 관계가 성립됐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23일 원심과 같은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첫째 자녀에 대해서는 A씨가 처음부터 인공수정에 동의한 만큼 친생자로 추정해야 하고 친생부인의 소도 제기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첫째 자녀는 진정한 의미의 친자식으로 인정하는 게 맞다는 겁니다.
논란이 되는 혼외자녀에 대해서는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대법원은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해 출산한 자녀라면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여전히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친생추정 규정은 혈연관계를 기준으로 적용 여부를 달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공수정을 통해 낳은 첫째 자녀도 A씨와 피로는 이어져 있지 않지만 친생자로 추정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A씨가 제기한 소송의 종류가 잘못됐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A씨는 여전히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둘째 자녀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라고 법적으로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친생부인의 소는 친자식이 아닌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이 경우 소송의 쟁점은 ‘A씨가 둘째 자녀와 혈연관계가 없단 사실을 언제 알게 됐는지’가 될 겁니다.출처,중앙일보

달라진 시대 변화 vs. 자녀의 신분 보호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민유숙 대법원의 주장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민 대법관은 “기존 판례가 판단기준으로 삼는 ‘명백한 외관상 사정’의 의미를 현재 상황에 맞춰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전자 확인 기술 등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친생추정의 예외를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대법원이 지난 5월 22일 연 공개변론에서는 달라진 시대 변화와 자녀의 신분 보호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돌했습니다. A씨 측 변호사는 “기술발달로 진실한 혈연관계 판단이 손쉬워졌는데도 친자관계를 지속시키는 건 불행한 가족관계를 지속하게 해 매우 불합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두 자녀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친생추정 예외를 확대할 경우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아이들은 법적 지위가 확정될 때까지 신분이 불안정하게 된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고자 하는 친생추정 규정 본래의 입법 취지”를 강조하며 자녀들의 신분 보호가 우선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혈연관계는 금세 알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진정한 의미의 가족은 혈연관계에 있지 않다는 판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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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달 때는 짜릿했는데.. 고소당한 6개월간은 내가 미웠다"

종합 2019. 10. 26. 10:39

악플도 보호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일까? 취재 중 만난 악플러(악성 댓글 작성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같이 후회한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자괴감이 든다"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 악플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별생각 없이 악플을 달았지만, 고소를 당하고 보니 자괴감과 굴욕감 등 심리적 고통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연예인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가 그동안 받은 악플, 즉 '온라인 학대'를 죽음의 배후로 지목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튼, 주말'은 경찰 수사관, 연예 기획사, 악플 전문 법인, 범죄심리학자 등에게 자문해 '고소당한 악플러'의 6개월을 1인칭 화자로 재구성했다.
그들을 옹호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악플과 고소, 반성문과 법정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무심코 다는 악플이 일으킬 수 있는 끔찍한 나비효과를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다.
심하게 쓰지는 않았는데

'나'는 고소당한 악플러다. 시작은 단순했다. 내가 좋아하던 연예인과 ○○가 자주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귀는 사이에 가깝다고 한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그래. 내 연예인도 사람인데, 사랑도 해야지. 그래야 더 절절한 노래를 쓰고,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테니까.

지라시를 봤다. 다른 사람으로 갈아탔다고? 내 연예인이 후폭풍을 견디고 있다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이 사람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역시 그렇다. 소문이 안 좋다고. 여기저기 갈아타는 사람으로 유명하다고. '좋아요'가 2000개네. 어쩐지, 처음부터 이상했다. 이 ×이 착한 우리 애를 가지고 놀았구나. 나도 한마디 거들어야겠다. 그래도 나는 지성인이니, 수위는 조절해서 써야지. 요즘 악플 때문에 고소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30개 정도 썼나? 후련하다. 내 연예인도 아마 좋아해 주겠지?

몇 주 뒤 전화를 받았는데 경찰이었다. "네이버에 댓글 다셨죠? 고소장이 접수됐어요." 얼굴이 달아올랐다. 5분 뒤에 전화해 준다고 하고 수신 번호를 검색했다. 보이스피싱은 아닌가 보네. 그 ×이 고소한다는 기사는 봤다. 나는 심하게 안 썼는데? 다시 전화를 걸었다. 형사는 내가 남긴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었다. "피해자분이 합의는 원하지 않으세요. 일단 경찰서로 오세요." 나 이제 어떡하지?

2만원을 내고 유선 법률 상담을 받았다.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란다. 반성문을 자필로 써 가라고 한다. 내 댓글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었는데…? 너는 대신 내가 평생 만지지도 못할 돈을 하루에 벌잖아? 그럼 이 정도 욕은 그 비용쯤으로 생각해야지. 나한테 그만한 돈을 준다면 매일 욕해도 괜찮다고 할 텐데. 일단 그냥 가봐야겠다. 그래도 다 팩트만 쓴 거니까. 내 논리를 이야기하면 할 말 없지 않을까?

난생처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소문 들으니 토 쏠린다. 생긴 대로 논다'고 썼는데, 소문은 어디서 들은 것이냐"고 경찰이 물었다. 말실수를 했는데 "연예인을 많이 안다는 친구에게 들었다"고 하니까 "그 친구가 누구고, 무슨 말을 했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아차 싶어 죄송하다고, 잘못 말했다고 하니까 "조서에 다 남는 거니까 정확히 말해야 한다"고 면박을 줬다.
"반성문 같은 거 갖고 온 거 없어요?" 바빠서 미처 준비를 못했다고 했다.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벌금으로 끝날 수도, 실형을 살 수도 있어요." 실형이라고? 순간 멍해졌다. 내가 감옥에 간다고? 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입이 겨우 떨어졌다. "반성문, 사과문을 소속사에 보내시고, 탄원서는 저한테 보내시면 됩니다. 악플 범죄는 가해자가 반성하고 있는지 여부가 특히 중요해요."
현실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악플 고소에 관해 찾아봤다. '악플로 고통받는 연예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였다. 왜 그렇게 자기를 미워하느냐며, 뭐를 그렇게 잘못했냐며, 밤새 울어서 방송 촬영 앞두고 눈이 부었다고 매니저에게 매일 혼났다고 한다. 내 댓글로도 그 사람은 이렇게 매일 울었을까? 내가 그렇게 심하게 썼단 말인가….
내가 미워진다

반성문은 늘 쓰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쓴 댓글들을 다시 천천히 읽었다. 나는 그 사람을 "벌레 같다"며 멸시하고 "살 가치가 없다. 제발 죽었으면"이라고 모욕했다. 그랬던 내가 이제 용서를 빈다고? 나 같아도 안 받아 주겠다. 그래서 뭐라고 써야 할지 몰랐다. 더 돌아가서, 내가 왜 저런 댓글을 달았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그 연예인 팬이었는데, 선생님과 사귄다는 이야기를 소문으로 들어서 홧김에 남겼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댓글을 남겼지만, 형사님에게 선생님이 많이 괴로워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글을 씁니다." 꾹꾹 눌러 썼다. "제가 쓴 글에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이 내용은 쓰다가 지웠다. 그때는 온갖 악의를 담아 썼으면서, 이제 와서 상처받지 말라니. 앞뒤가 맞지 않았다.
내가 싫어졌다. 너무 염치없었다. 고소를 당한 순간에 깨달았어야 했다. 아니, 경찰서에서 깨달았으면 달라졌을까. 조사를 받기 전 "피해자분이 얼마나 상처받으셨겠어요"라는 형사님 말에 속으로 '그걸로 돈 벌잖아요'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겼다. 지금은 아니다. 반성문 속 나는 질투심에 눈이 멀어 누군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A4 용지로 반성문 6장, 탄원서 6장을 썼다. 반성문은 소속사에, 탄원서는 경찰서에 보냈다. 마지막 장을 쓸 때 순간 '이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멸을 느꼈다. 선처, 감형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반성하는 마음으로 쓰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피 말리는 심정

반성문을 보낸 지 두세 달이 지났다. 내게는 영겁의 시간이었다. 혹시 소속사가 "선처하기로 했어요. 반성문을 보면서 진심을 느끼셨대요"라고 전화할까 봐, 24시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연예인 ○○○, 악플러 선처 결정' 같은 기사를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온종일 마음이 수십 번 바뀌었다. 그분이 선처 안 해줘도 달게 받아야지. 내가 지은 죄니까.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아니,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손으로 열심히 썼잖아. 안 읽은 거 아니야? 하다가 다시, 이러면 안 돼. 너는 죄인이고 벌을 받을 거야. 그래도 이렇게 반성하고 있는데, 나 같으면 용서해줬다. 괴로웠다. 내가 쓴 댓글 "살 가치가 없다. 제발 죽었으면"이 부메랑처럼 나라는 존재를 겨누는 것 같았다.
선처는 없었다.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에 출석해달라는 우편을 받았다. 결국 법원에 가게 되었구나. 나는 국가가 공인한 죄인이 되고 말았다. 가서 내가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싶었지만, 변호사는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라"는 말밖에 안 했다.

드라마에서나 봤던 법정에 내가 앉아 있었다. 검사님은 "경찰 조서에 쓰인 내용이 모두 맞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판사님은 "왜 그런 댓글을 달았느냐"고 물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한마디였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되뇌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정말 반성 많이 하고… 제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았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징역만 피하게 해주세요…. 인터넷으로는 험한 욕을 쏟아붓던 사람이 지금은 눈 감고 훌쩍대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일주일 뒤 판결이 나왔다. 벌금 200만원. "피고인이 범죄 전력이 없는 데다,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이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는 게 이유였다. 감옥에 가도 할 말이 없었다. 하늘에 감사했다.
악플을 달 때는 짜릿했다. 하지만 그 한순간 때문에 6개월 동안 자기혐오, 불안감에 시달렸다.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지금도 비슷하다.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할 정도로 내가 밉다. 종종 댓글을 달았는데, 지금은 댓글 창은 보지도 않는다. 지옥 같았던 시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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