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즉시연금 미지급금 8000억원 '비상'..금감원 일괄 지급 요구

경제 2018. 7. 12. 10:46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요구하면서 생보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이 이미 지난 4월 분쟁 중인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생보사들에 지시한 바 있지만 금감원장까지 직접 나서 압박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생보업계에서는 업체별로 약관이 다르고 분쟁조정신청 사유도 다른데 일괄적으로 소급 지급하라는 조치는 문제가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는 5만5000명, 4300억원에 이른다. 생명보험업계 전체로는 16만명, 8000억원이다.

즉시연금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일시 납입하면 다음달부터 매달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문제가 된 만기환급형은 매월 연금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처음에 낸 보험료 원금을 전부 돌려받는 구조다.

그런데 보험료 일시 납입시 공제했던 사업비를 만기까지 채워넣어 원금을 맞추기 위해 보험사들이 매월 연금에서 일정 금액을 떼어놓고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예를 들어 1억원을 한꺼번에 내면 보험사는 일단 600만원을 사업비 등으로 뗀다. 이후 나머지 9400만원을 운용해 생기는 수익을 연금으로 주다가 만기가 되면 1억원을 돌려준다. 보험사는 사업비 등으로 뗀 600만원을 만기까지 채워넣기 위해 운용 수익을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매월 일부를 떼어뒀다.

그러나 민원인들은 보험사가 매월 연금에서 일정 금액을 제외하는 조항은 약관에 없다며 미지급금과 관련 이자를 지급하라고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지난해 1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제기된 즉시연금 민원을 심사해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생명은 지난 2월 이 결과를 수용해 민원인에게 미지급금을 지급했다.

지난 4월 금감원은 아예 모든 생명보험사에 대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분쟁과 관련해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원장이 지난 9일 금융감독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한 일괄구제 방침을 밝혔다. 윤 원장은 발표 전 금감원 분쟁조정국에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해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은 이르면 이달 중 이사회를 열어 즉시연금 미지급금의 일괄 지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즉시연금 미지급 건은 20개 생보사에 해당된다. 현재 신한생명, 처브라이프생명, AIA생명 등 3개 생보사만 일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금감원에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치료과정을 입증해야 보험금 지급 결정을 받을 수 있는 암보험과는 달리 즉시연금은 지급해야할 근거가 상대적으로 뚜렷하다”며 “분조위의 조정 결과를 민원인과 삼성생명이 모두 수용했으니 법원 확정판결 효력도 가진다”고 말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판매한 상품의 약관에 모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분조위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지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생보업계는 소송전까지 갔지만 결국 미지급 보험금을 모두 지급한 ‘자살보험금’ 사태를 떠올리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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