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로 옮기고 도시락 싸서 출근..짠돌이 소비 번진다

경제 2018. 7. 30. 21:42
◆ 新소비절벽 시대 ① ◆

소비절벽 못버틴 인사동 식당 30일 오후 서울 인사동에 자리 잡은 식당 대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신(新)소비절벽 시대에 시민들 지갑이 닫히자 식당가 등도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 구로구 소재 금속가공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강 모씨(31)는 이달 초부터 아내가 만든 도시락을 들고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그동안 한 달 식대를 20만원으로 잡고 버텨왔지만 최근 회사 인근 식당들이 가격을 2000~3000원씩 올리면서 기존 제한선을 지키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강씨는 "예전에는 6000~7000원 하던 국밥도 이제는 1만원에 가깝게 올랐다"며 "세 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어 나한테 드는 식비라도 줄여보려는 마음에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화한 경기 불황에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소비자들이 소득 수준을 막론하고 '자린고비형 소비'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인건비·임차료 인상 등 비용 증가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이 최근 하나둘 서비스 이용료를 인상하자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매상이 떨어진 자영업자들 역시 씀씀이를 줄이면서 악순환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서울 도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던 최진성 씨(가명)는 최근 서울 외곽으로 가게를 옮겼다. 장사가 안 돼 월세 부담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새로운 가게에서도 장사가 시원치 않자 중형차를 팔고 중고 소형차를 구입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취직하지 못한 20대 후반 아들의 영어학원비를 대는 것도 역부족이라 아들은 구립도서관에서 취업 준비에 나섰다. 최씨 같은 임차인이 나간 자리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서울 도심 건물주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안 그래도 지갑이 얇았던 젊은층은 1인 월세방에서 기숙사를 방불케 하는 셰어하우스로 둥지를 옮기고 있다. 지대가 비싼 강남 지역을 포함한 서울 지역 셰어하우스 대다수는 보증금이 100만원대로, 기존 자취방의 수십 분의 1에 불과하다. 다수가 한 집에 살면서 생활 공간을 공유하는 형태의 주거 공간인 셰어하우스는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2014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최근 소비 절약 추세와 함께 인기몰이에 가속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2016년부터 셰어하우스 '코잠'을 운영해 온 김현성 대표는 "올해 2분기에만 10명이 늘어 총 60여 명의 세입자가 코잠의 셰어하우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률 역시 1학기 초 2대1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인기가 많은 일부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에서는 면접을 통해 세입자를 가려 뽑을 정도다.

지난 29일 한국은행은 전기·수도·가스요금 등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이 올 2분기 2.2%에 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내놓은 올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상승세가 정부 통계보다 훨씬 가파른 셈이다.

급격한 생활물가 상승은 소비절벽으로 이어지고 있다. 30일 낮 12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해장국집에는 8개 테이블 중 1곳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손님으로 북적여야 할 점심시간이었지만 가게 안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8년째 이 가게를 운영 중인 사장 김 모씨(56)는 "최근 매출이 과거 가게가 잘될 때와 비교했을 때 절반가량으로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편의점주들 역시 낮 시간대 손님들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49)는

"7월 중순 들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낮 시간대 매출이 하루 평균 10만원 이상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비용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이 소비절벽으로 나타나면서 자영업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최근 한 남성전문 미용실 프랜차이즈 업체는 커트 비용을 1000원 인상했다. 이 업체는 그동안 다른 업체에 비해 저렴한 커트 비용을 강점으로 내세워왔다. 이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이곳마저 끝내 가격을 올리는구나. 이제 머리는 어디서 잘라야 할지'(ykr****) '이제 내 머리를 직접 자르게 될 날도 머지않았구나'(jjn****) 등의 반응을 보였다. 비용을 더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가시화하는 소비절벽의 원인으로 정부의 비용 인상 정책을 꼽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영세 자본소득자인 소상공인들의 비용을 상승시켜 물가를 올리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지 않아도 저점을 찍은 소비심리가 이러한 정책에 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변수가 더해져 소비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가처분소득을 늘려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경기는 많은 변수가 더해져 나타나는 만큼 무조건적인 낙관보다는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출처,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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