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만원에도 아이 하교 도우미 못 구해"

종합 2018. 7. 5. 09:43
백약이 무효인 저출산.. 시민들에게 들어본 고충·해법

젊은 세대에게 결혼은 선택사항일 뿐이다. “그래도 해야지”라는 중장년층의 푸념 섞인 재촉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30대 미혼 남성 전병옥씨는 “아직도 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삶은 포기해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20대 미혼 여성 최모씨는 “일, 경력, 공부를 즐기자는 쪽인데 결혼하면 출산과 육아로 그렇게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집 장만 걱정도 출산 기피 현상을 부른다. 30대 미혼 여성 윤모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아파트 등은 너무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정부 정책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시작하면 ‘상상 이상의 세상’이 펼쳐진다. 워킹맘 고선영씨는 “구립이나 시립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면 출퇴근에 맞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데려오는 일이 불가능하다.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저출산 정책은 숫자만 많을 뿐 워킹맘의 한(恨)을 해소하지 못한다. 정책과 현실 사이에 간극도 크다. 둘째를 갖고 싶어 하는 워킹맘 한희숙씨는 “고용복지센터에 가서 물으면 출산·육아휴가도 있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는 제도도 있다고 소개한다. 내 권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회사에 요청하면 되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애국자’로 불리는 다자녀 가구의 고충도 비슷하다. 당장 자녀의 등하교가 문제다.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다자녀 엄마인 안희숙씨는 “지역 ‘맘카페’에 가면 시간당 1만원 준다며 등하교 도우미 구하는 이들이 넘쳐난다”고 전했다. ‘흙수저’가 다자녀를 키우는 게 신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전업주부 최수현씨는 “아기 예방접종에 20만∼30만원 들어가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가면 영어학원비로만 한 달에 20만원”이라고 꼬집었다. ‘저녁 있는 삶’의 저출산 해소 효과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업주부 방정희씨는 “어릴 때는 손이 많이 가서 아빠가 필요하지만 다 크고 나면 일찍 들어오는 아빠는 그리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저출산 정책의 허점을 꾸짖는 다양한 목소리는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0일 세 차례에 걸쳐 마련한 ‘저출산 관련 정책수요자 좌담회’에서 나왔다. 미혼 남녀부터 맞벌이 부부, 전업주부, 다자녀 가구까지 각자의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이 가운데 공통점이 있다. 정부의 정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저출산 대책으로 124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이 뚝뚝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좌담회 참석자의 대부분은 주거나 학원비처럼 경제적인 부분이 걸림돌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저출산이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워킹맘 박영하씨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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