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10대, 폐 나이는 52살..뜨거운 '중독' 논쟁

종합 2018. 5. 18. 20:37

"게임에 빠지면서 아이가 돌변했어요, 몸싸움하다 목이 졸렸어요"
"중학생 아들이 40살이 되면 실명할 수 있다고 의사가 경고했어요"

방에 틀어박혀 있는 당신의 자녀는 안녕한가요? 일본 NHK 방송이 15일(현지시간)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실태를 다룬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일본 간토에 사는 올해 고등학생 1학년생인 A군(가명), 하루 16시간씩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A군을 온라인 게임으로 몰아넣은 것은 다름 아닌 같은 반 친구들의 '왕따'였다. "초등학생 때 처음에는 그냥 심심해서 게임을 했는데 '왕따' 당한 것이 계기가 됐어요. 그런데 게임에 빠져들면 다 잊을 수 있었어요. 게임을 하면 거기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청소년들이 주로 하는 온라인게임은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혹은 Massive를 뺀 MORPG라고 불린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소수의 혹은 다수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것인데, 게임 속에서 캐릭터화된 친구나 동료들을 만나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A군은 "현실에서는 친구를 만들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게임에서는 가능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올해 18살인 B군도 게임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 하루 10시간 정도 게임을 한다. 시험기간에도 계속하다 보니 성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임 속에서 쓸 한정판 캐릭터를 구매하느라 하루에 20만 엔(약 195만 원)을 쓰기도 했다. B군은 "게임이 없으면 제가 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게임 중독 청소년 폭력성 보여 가족들 고통

학생들이 게임에 빠져들면 곧바로 가족들이 그 영향을 받게 된다. 가족들은 게임을 그만할 것을 종용하고 게임을 계속하려는 청소년들은 폭력적으로 변한다. 게임중독증을 보이는 한 학생의 방이다. 벽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게임을 못하게 하면 가족들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뒤흔들고 갑자기 방안에서 발광하거나 자해를 시도해 구급차를 불러야 할 상황까지 발생한적도 있다. 내버려두면 폭력이 일상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청소년들은 가족들과 심각한 마찰을 빚는다. "게임에 빠지면서 아이가 돌변했어요, 몸싸움하다 목이 졸렸어요", 의사로부터 끔찍한 조언도 들어야 한다. "중학생 아들이 지금처럼 게임을 오래하면 40살이 됐을 때 실명할 수 있다고 의사가 경고했어요"



게임중독 중학생...폐 나이는 52살 '충격'

게임중독증을 보이는 학생들은 건강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1학년생인 C군의 폐 나이를 측정해 본 결과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39살이나 많은 52살로 나타났다. 충격이었다. 폐활량과 폐 기능이 같은 또래 집단 평균보다 현격하게 떨어진 상황이다.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아래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첫 실태조사를 벌였다. 중독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있는 국립 구리하마 의료센터에서 게임중독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이렇다.

일본 첫 게임중독자 실태조사(120명 대상, 구리하마 의료센터)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다 75%, 결석 및 결근 59%, 먹지 않는다 49%, 
가족에 대한 폭력 26%, 가족 돈 훔치기 17%,
학업이나 업무 능률 저하 48%(환자 대부분 일상생활 지장 초래)

구리하마 의료센터 측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게임에 몰입하는 것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게임중독증으로 판단하는데 환자 대부분이 25살 이하의 젊은 남성이고 이 가운데 자신을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청소년들도 상당수여서 문제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아이들이 게임에 의존하다 보면 실제 삶이 혼란스러워질 뿐만 아니라 신체 또는 정신건강, 가족관계의 피폐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실태를 감안할 때 게임산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장애' 정신건강질환에 공식 포함하려다 후퇴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문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범 지구촌의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애초 다음 달 예정된 11차 국제질병분류베타 초안(ICD-11)에 '게임 장애'를 정신건강 질환에 포함하는 안을 추진했다가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쉽게 말하면 게임중독을 공식적으로 질병 코드화시키겠다는 것인데 게임장애가 질병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는 게임산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다음 달 총회 안건 등재는 일단 유예됐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게임산업협회(ESA), "'게임중독' 약물중독과 달리 중독성 없다"

미국게임산업협회(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 이하 ESA)는 공식성명에서 이미 40년 이상 전 세계에서 20억 명 이상이 비디오 게임을 즐겨왔고, 그동안 진행된 객관적 연구에서 중독성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게임중독'에 정신질환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우울증이나 사회 불안 장애처럼 정말로 치료가 필요한 질환들조차 게임장애처럼 여기고 가볍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세계보건지구(WHO)를 압박해왔다.

게임중독은 일반적인 약물중독과 다르게 내성과 금단현상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두 연구팀의 발표를 무기 삼아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피스(Griffiths, 2016) 연구팀은 게임을 중단한다고 담배를 끊거나 약물을 끊었을 때처럼 손이 떨리고 헛것이 들리고 정신집중이 안 되는 금단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웨인스테인(Weinstein)연구팀은 19세~91세의 미국 성인 온라인게임 정기이용자 패널 2,316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게임중독장애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본 일본이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게임중독 판단 기준인 12개월을 적용할 필요도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연구팀, 게임이 아니라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핵심...논란 이어져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게임중독 혹은 게임장애를 규정하는 과학적인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순전히 게임만으로 인해 문제가 된 사례를 접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체로 다른 정신장애와 공존하여 나타나는 경우거나,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핵심인 경우라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웨인스타인(Weinstein)팀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동기를 분석한 결과 인간관계에서 채우지 못한 욕구를 게임을 통해 채웠다고 해석했다. 즉, 게임이 중독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불행한 상황이 게임으로 대체됐다는 것이다. 게임 중독, 게임 장애, 게임 의존증...용어도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가운데 이것을 정신질환으로 볼지 여부를 놓고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게임 종주국 한국, 게임산업 매출 12조·고용 8만 명 달해

우리나라는 논란이 되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이다. 특히 앞서 본 일본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분야에서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게임산업은 총매출 12조 2,403억 원, 수출도 3조 9,058억 원을 달성했다. 게임업계 종사자도 8만 명에 이른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한글을 깨치고 영어를 배우는 시대이다.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은 아이들이 놀이로 세상을 배우는데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라며 게임으로 다른 사람과 충분히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기에 온라인 게임을 온라인 놀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 '게임 과용·과몰입 예방캠페인 발대식' 열어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는 1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2018 게임 과용·과몰입 예방캠페인 발대식'을 열었다. 인터넷 게임 과용과 과몰입으로 인해 고통받는 게임이용자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예방과 치유를 통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모임이다. 우리나라도 관련 연구가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로체스터(Rochester)대학 연구팀은 일주일에 10시간 이하로 게임을 하는 경우 특별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20시간이 넘어가면 우울증과 대인관계 문제가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게임의 건전한 이용은 친교와 여가선용의 유익성을 가져다준다고 밝혔다. 게임이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나 우울증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은 살려 게임산업을 발전시키는 촉매제로 삼고 과용과 과몰입에 따른 부작용은 예방하고 치유해 나가는 균형 잡힌 대책이 필요하다.
출처,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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