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섬마을 수상한 혼인신고.. 그건 신종 '노예 서약'이었다

종합 2018. 7. 16. 10:28

여성 염전주, 지적장애 '염전 노예'와 부부 행세하며 단속 피해.. 법원, 염전주에 징역 1년 6개월 선고

지적장애인을 착취하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거짓 혼인신고까지 했던 60대 여성 염전주인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염전노예’ 사건으로 문제가 됐던 전남 신안군에서 벌어진 일이다. 염전노예 피해자를 찾기 위한 경찰 조사가 강화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부부 행세를 하며 노동력을 착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조사한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전남경찰청, 피해자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하루 한 끼 먹고 염전서 중노동

지적장애 3급인 양정민(가명·62)씨는 2009년쯤부터 신안에서 염전 일을 시작했다. 부산 직업소개소를 통해 전남 진도의 한 양식장에서 일하다 해남 염전으로 옮겼고, 같이 일하던 염전 노동자의 소개로 신안에 왔다. 1년이 지나지 않아 일하던 염전 주인이 사망했다. 인근에서 염전을 운영하던 A씨(62·여)가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정민씨에게 제안했다. “우리 집에 와서 염전 일을 도와주면 급여를 줄게요.” 생계가 막막했던 정민씨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2010년 6월쯤이었던 것으로 정민씨는 기억했다.

정민씨는 A씨 염전에서 중노동에 시달렸다. 염전에 바닷물을 들이는 일부터 염전에서 소금을 거두고 포장하고 옮기는 일까지 전부 정민씨가 떠맡았다. 13일 만난 정민씨는 “해가 긴 여름철엔 오전 5시부터 일을 시작해 저녁 8시가 돼서야 집에 돌아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2013년 A씨 남편이 사망한 뒤엔 일의 강도가 훨씬 높아졌다. 이렇게 일해도 염전주 A씨는 약속했던 급여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하루 한 끼 끼니만 챙겨줬다. 지적장애가 있던 정민씨는 그게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단속 피하려 염전노예와 혼인신고

2014년 신안군에서 염전노예 사건이 터졌다. 정부, 지자체, 경찰 등이 대대적으로 피해자 구조에 나섰다. 당시 300명이 넘는 염전노예가 추가로 발견됐다. 하지만 정민씨는 구조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매년 염전노예 단속이 이뤄졌다.

2015년 경찰은 A씨가 정민씨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조사를 받게 되자 A씨는 “밀린 임금을 다 주겠다”며 정민씨를 설득했고, 갈곳이 없었던 정민씨는 경찰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정민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돈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횡령 혐의만 적용 받아 벌금 300만원형을 받았고, 정민씨는 계속 A씨 염전에서 일했다.

A씨는 2015년 10월 16일 정민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경찰 조사 결과와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남편의 병원비 등 채무로 인해 급여를 지급할 능력이 되지 않았지만, 채무 변제를 위해 양씨의 노동력이 필요했다. 다시 경찰에 적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A씨는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양씨와 혼인신고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A씨는 ‘일 부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정민씨를 설득했다. “이 곳에 있으려면 일 부부를 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던 정민씨는 A씨가 하자는 대로 동의했다. A씨는 서로의 인적사항을 적은 ‘혼인신고서’를 면사무소에 제출했고 둘은 서류상 부부가 됐다. 그 후로도 경찰 등은 염전노예 단속을 몇 차례 더 진행했지만 둘은 주인과 노동자가 아닌 부부 사이였기 때문에 단속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혼인신고 후 2년 만의 극적 구조

경찰이 이상한 낌새를 발견한 건 지난해 9월이다.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여성청소년수사과는 신안군을 포함해 도서 지역 일대에 대한 합동점검을 벌였다. 이때 “염전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염전주인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뭔가 이상하단 느낌은 있었지만 부부관계인 둘을 무작정 수사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일단 A씨와 정민씨의 주거 환경을 살폈다.

정민씨는 A씨 집과 조금 떨어진 5㎡(약 1.5평) 남짓한 방에서 따로 살고 있었다. 보일러 등 온열기구도 없었고 창문의 창호지도 다 찢어진 상태였다. 경찰은 바로 분리면담을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정민씨는 제대로 먹지 못해 비쩍 말라 있었고 몸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며 “면담을 해보니 한 번도 A씨와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은 적이 없었고 잠자리도 따로 하는 등 정상적인 부부로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민씨를 긴급 구조조치한 뒤 수사를 진행했고, A씨가 거짓 혼인 신고를 해 수 천만에 달하는 임금을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실제 부부 사이라고 주장했으나, 이후 모든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양씨에게 1000만원을 주기도 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지난 5월 준사기,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고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A씨가 2015년 6월 임금 116만원 포함해 2017년 9월 27일까지 양씨에게 3532만원에 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정민씨는 형사 재판에서 승소한 뒤 7년간 못 받았던 돈을 되찾기 위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지적장애 탓에 당시 일을 자세히 기억하진 못했지만 기자에게 수차례 “돈을 되돌려 받고 싶다”고 했다. 정민씨 사건을 맡고 있는 변호사는 “이와 별도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 배상 소송도 청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어딘가 있을지 모를 ‘현대판 노예’

노동력 착취를 위해 거짓 혼인신고까지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현대판 노예’들이 여전히 존재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염전노예 사건이 처음 발생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올해에만 경북 농가와 서울 잠실야구장, 충남 농가와 축사 등에서 현대판 노예 피해자가 계속 발견됐다.(국민일보 2월 5일, 3월 12일, 4월 2일자 1면 참조) 최소한의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극심한 인권침해로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 박수인 팀장은 15일 “가해자가 염전 노예를 ‘가족’으로 둔갑시켜 법망을 피해가려던 사건”이라며 “이런 일들이 대한민국 어디에선가 계속 벌어지고 있을 수 있다. 우리 주변에 감춰져 있는 피해자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좀 더 예민한 인권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김강원 팀장은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뒤 현대판 노예 사건이 마무리 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현대판 노예 사건 ‘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출,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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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라돈, 침대뿐만 아니라 방석·베개·소금 등에도

종합 2018. 7. 10. 17:15

"모나자이트 수입업체·규모·제품 공개해야"..원안위, 공개 거부 100개 제품에 방사성물질 60톤 뿌렸다

최근 '라돈 침대'에 약 3톤이 사용됐다는 방사성물질 모나자이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최대 60톤의 모나자이트가 약 100종류의 제품에 사용됐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문건이 나왔다. 방석·베개·소금·입욕제·정수용 맥반석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생활용품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모나자이트가 칠보석이나 음이온 가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둔갑해 팔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모나자이트 수입업체를 공개해야 유통 경로와 사용 규모 등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6월11일 논평을 내고 원안위가 모나자이트의 수입과 유통 현황을 관리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부장은 "원안위는 단순히 대진침대에 사용한 모나자이트 양만 발표했다. 국내로 수입된 양이 얼마나 되고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 알 권리와 제2의 '라돈 침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수입업체와 모나자이트 유통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방사성물질을 수입하는 업체를 관리·감독해오고 있는 원안위는 그 수입업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원안위 관계자는 "모나자이트를 수입한 업체는 1곳이며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 그 업체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회원들이 6월19일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생활 방사능의 위험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모나자이트 수입업체는 고주파 미용기기 파는 영세업체 

시사저널 취재 결과, 모나자이트 수입업체는 ‘이온ㅇㅇㅇ’라는 영세업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업체는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두고 고주파 미용기기를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2013년 원안위에 방사성 원료 물질 취급자로 등록한 이 업체는 취급하는 방사능 농도가 증가해 2016년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핵원료물질 사용기관으로 신고했다. 당시 이 업체는 연간 20톤 미만의 모나자이트 취급 계획을 원안위에 알렸다. 원안위는 상당량의 방사성물질이 수입돼 민간 업체가 사용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원안위 내부 문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이 2016년 원안위 위원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 실태 조사 및 분석 결과보고서)에는 "2014년 12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모나자이트를 취급하고자 생활방사선법에 따라 등록한 업체는 총 2개 업체가 있으며, 이 중 한 개 업체는 다른 업체로부터 원료 물질을 취득하여 추가적인 가공 없이 수출용으로 재판매하므로 실질적으로 해외에서 원료 물질을 수입하여 국내에 유통하는 업체는 1개 업체가 유일하다. 해당 업체는 2014년 한 해 동안 모나자이트 15톤을 중국에서 수입하여…"라고 기록돼있다. 

매년 15톤이라면 2017년까지 4년 동안만 따져도 최대 60톤의 모나자이트가 66개 업체로 판매된 셈이다. 권칠승 의원이 5월22일 원안위로부터 받은 자료에는 6년(2013~18년) 동안 국내에서 판매한 모나자이트 양은 약 40톤이다. 종합하면, 최소 40톤에서 최대 60톤의 방사성물질이 국내로 수입돼 수많은 제품에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약 3톤이 대진침대로 공급됐다. 

음이온 팔찌 등을 판매하는 한 친환경 업체가 2014~18년 모나자이트 12톤을 사용하는 등 일부 업체는 대진침대보다 많은 양의 방사성물질을 사용했다. 그러나 수십 톤의 방사성물질이 어느 업체에서 어떤 제품에 얼마나 사용됐는지는 공개된 바 없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60톤의 모나자이트를 수입해 음이온 가루, 칠보석, 토르마린 등 다양한 이름으로 수십 곳에 판 수입업체에 대해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 이 수입업체를 알아야 방사성물질의 수입·유통·활용 범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수입업체 관리에 소홀하고 수입업체를 감싸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원안위의 책임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신체밀착 제품·건강보조 제품·건축자재·산업 제품 등에 방사성물질 사용

원안위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모나자이트는 모두 95종 이상의 제품에 사용됐다. 당시 이들 기관은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제품의 안전성을 검사했다. 신체밀착 제품(보호대·벨트·​의류·​팔찌·​목걸이·​방석·​베개·​찜질기·​매트·​패치 등) 29건, 건강보조제품(정수용 맥반석·​용기·​소금·​입욕제·​팩·​관상용 장식 등) 11건, 건축자재(타일·​시멘트·​페인트·​석고보드·​벽지 등) 46건, 산업제품(캐스터블·​도형제·​몰탈·​세라믹볼 등) 9건 등 모두 95건을 검사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모두 '안전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덕환 교수는 "모두 안전성에 합격점을 준 것은 음이온이나 원적외선을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고 실험한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은 음이온이나 원적외선이 모두 방사성물질 모나자이트 때문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생긴 후 다시 한 검사에서는 불합격으로 판정했다. 전문성이 없으니 결과가 오락가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원안위는 대진침대가 2010년 이후 생산한 매트리스만 조사했다. 2010년 이전에 생산한 매트리스는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2010년 이전 모델에서도 높은 수치의 방사선이 검출된다는 문제 제기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2010년 이전 생산 모델을 조사했다. 그 결과 2010년 이전 매트리스에서도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방사선이 확인됐다. 방사선 때문에 리콜된 매트리스 24종 가운데 2005년 이후 생산된 제품이나 이미 단종된 제품도 있다. 

또 특허청은 1990년대부터 음이온 제품에 특허를 내줬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방사성물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사용됐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덕환 교수는 "최근 한 생리대에서도 방사선이 측정됐다는 소비자가 나왔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제품에 방사성물질이 오랜 기간 사용됐다. 그러므로 생활 방사선 문제는 이번 '라돈 침대' 하나만 조사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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