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근무제 시행 1주일.."평일 저녁 선물받은 기분"

종합 2018. 7. 8. 08:52

"못 하던 운동·학원 다닐 수 있어 좋아요"
업무 지장 우려에 "효율 높아졌다" 평가

유통업 종사자 A씨(27·여)는 오후 5시에 퇴근하자마자 집 근처 중국어 학원으로 향했다. 퇴근시간이 지나면 컴퓨터 전원이 꺼지는 'PC오프제'가 도입되면서 안정적인 '칼퇴근'이 가능해진 덕이다. A씨는 집 근처에서 월·수요일에는 중국어를, 화·목요일에는 필라테스를 배우고 있다.

지난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근무제가 시행된 지 1주일이 지난 지금, 직장인들 대부분은 근무시간 축소와 관련해 "평일 저녁을 선물받은 기분"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A씨는 "'PC오프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예측할 수 없는 야근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평일 저녁에 정기적으로 뭔가 하기 힘들었는데 칼퇴근이 가능해지면서 평일에도 학원을 다닐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정체되지 않고 발전할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 즐겁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 입사 3년 차인 B씨(27)는 칼퇴근이 가능해지면서 회사 근처 요리학원에 등록했다. B씨가 "요리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다들 "요리를 배워보고 싶었냐"고 되묻지만 B씨가 요리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식품부문을 맡고 있는 B씨는 "물론 요리가 배워보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꼭 그런 이유 만은 아니다"라며 "요리학원에서 요리 도구나 키친웨어를 직접 사용해볼 수도 있고 관련 고객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볼 수 있어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직장인들. © News1

대기업 계열사 직원 C씨(28)는 '저녁' 대신 '여유로운 아침'을 택했다. C씨는 매일 아침 출근 전 근처 헬스장으로 향한다. 오전 7시30분쯤 헬스장에 도착해 1시간 정도 운동을 한 뒤 간단히 아침을 먹고 9시쯤 회사로 출근한다. 출근 시간이 오전 8시로 정해져있었던 예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일이다.

C씨가 다니는 회사는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오전 7~10시 중 선택해 출근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한 달 전에 출근시간을 택해 결재를 받으면 계획대로 출근하는 식이다.

어쩔 수 없이 야근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예전에는 당연히 다음날 정상출근을 했다면, 요즘은 야근에 대해서도 결재를 올려 그만큼 늦게 출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C씨는 "시간관리를 훨씬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입사 후 몸무게가 8㎏ 정도 늘면서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실행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운동을 시작했다"며 "조만간 외국어 공부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근무시간을 일괄적으로 줄일 경우 회사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과 관련해서도 직장인들은 대부분 "업무효율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B씨는 "단축된 업무 시간에 정비례해 업무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근무자 입장에서는 업무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말했다.

A씨 역시 "근무 시간 내 주어진 일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집중도가 높아진다"며 "가끔 정신 없을 때가 있긴 하지만 훨신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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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1만원에도 아이 하교 도우미 못 구해"

종합 2018. 7. 5. 09:43
백약이 무효인 저출산.. 시민들에게 들어본 고충·해법

젊은 세대에게 결혼은 선택사항일 뿐이다. “그래도 해야지”라는 중장년층의 푸념 섞인 재촉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30대 미혼 남성 전병옥씨는 “아직도 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삶은 포기해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20대 미혼 여성 최모씨는 “일, 경력, 공부를 즐기자는 쪽인데 결혼하면 출산과 육아로 그렇게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집 장만 걱정도 출산 기피 현상을 부른다. 30대 미혼 여성 윤모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아파트 등은 너무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 정부 정책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시작하면 ‘상상 이상의 세상’이 펼쳐진다. 워킹맘 고선영씨는 “구립이나 시립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면 출퇴근에 맞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데려오는 일이 불가능하다.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저출산 정책은 숫자만 많을 뿐 워킹맘의 한(恨)을 해소하지 못한다. 정책과 현실 사이에 간극도 크다. 둘째를 갖고 싶어 하는 워킹맘 한희숙씨는 “고용복지센터에 가서 물으면 출산·육아휴가도 있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는 제도도 있다고 소개한다. 내 권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회사에 요청하면 되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애국자’로 불리는 다자녀 가구의 고충도 비슷하다. 당장 자녀의 등하교가 문제다.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다자녀 엄마인 안희숙씨는 “지역 ‘맘카페’에 가면 시간당 1만원 준다며 등하교 도우미 구하는 이들이 넘쳐난다”고 전했다. ‘흙수저’가 다자녀를 키우는 게 신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전업주부 최수현씨는 “아기 예방접종에 20만∼30만원 들어가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가면 영어학원비로만 한 달에 20만원”이라고 꼬집었다. ‘저녁 있는 삶’의 저출산 해소 효과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업주부 방정희씨는 “어릴 때는 손이 많이 가서 아빠가 필요하지만 다 크고 나면 일찍 들어오는 아빠는 그리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저출산 정책의 허점을 꾸짖는 다양한 목소리는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0일 세 차례에 걸쳐 마련한 ‘저출산 관련 정책수요자 좌담회’에서 나왔다. 미혼 남녀부터 맞벌이 부부, 전업주부, 다자녀 가구까지 각자의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이 가운데 공통점이 있다. 정부의 정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저출산 대책으로 124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이 뚝뚝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좌담회 참석자의 대부분은 주거나 학원비처럼 경제적인 부분이 걸림돌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저출산이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워킹맘 박영하씨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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