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5만원 실손보험료 내고도.. "1만~2만원 청구 복잡해" 포기

경제 2018. 5. 28. 10:47

여전히 까다로운 실손의료보험 청구
회사원 정모 씨(35)는 4년 전 제주도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두 달 동안 통원 치료를 받았다. 응급실 비용을 포함해 진료비로만 20만 원 이상을 썼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정 씨는 보험금 청구를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청구 소멸시효 기간인 3년을 넘겨버렸다. 바쁜 직장 생활 탓에 진단서와 진료비 영수증 같은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보내는 것이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정 씨는 “매달 5만 원가량의 실손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도 보험금을 청구해 본 적이 없다”며 “1만 원 안팎의 소액 보험금은 아예 청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씨처럼 실손보험에 가입해 놓고도 통원 치료 보험금을 제대로 청구하지 않는 사람이 전체 가입자의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 ‘소비자와 함께’와 손해보험협회가 성인 4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최근 보험사들이 청구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번거롭게 여기는 가입자가 여전히 많다.

○ “제2 건강보험인데도 청구 절차 번거로워”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개인 실손보험 계약 건수는 3419만 건으로 국민의 약 66%가 가입했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이유다. 40세 남성을 기준으로 월평균 기본 보험료 1만9429원, 가구당 6만3000원을 내고 있다.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 가입자의 혜택을 늘리기 위해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B손해보험은 이달 들어 서울 신촌·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받은 가입자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교보생명은 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보험금 자동지급 서비스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또 많은 보험사들이 고객이 관련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PC나 스마트폰 앱으로 올리면 보험금 청구가 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청구 간편화 시스템도 일부 대형병원에만 적용되는 실정이다. 환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동네 병원에선 여전히 가입자가 수수료를 내고 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에 따르면 실제 실손보험금 청구 건수의 65%가 종합병원이 아닌 일반 의원이나 보건소에서 이뤄졌다.

또 중장년층이나 고령층 가입자는 여전히 모바일 앱 등을 통한 보험금 청구 절차를 까다롭게 여기고 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PC나 스마트폰 앱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는 응답은 28.9%에 그쳤다. 응답자 70% 이상이 여전히 보험설계사를 찾거나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일일이 발급받아 우편이나 팩스로 보냈다.

○ 자동 청구 놓고 금융-의료계 대립
이 때문에 실손보험도 건강보험처럼 가입자가 별도의 청구 절차 없이 자동으로 보험금을 받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는 건강보험처럼 실손보험도 병원이 직접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의료계는 “보험금 지급 심사에 필요한 정보 외에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가 보험사에 무분별하게 넘어갈 경우 보험금 지급이나 갱신 거절의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연준흠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개인의 의료기록을 민간 기업에 제공하는 게 맞는지 국민 의견을 먼저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실손보험금 청구가 자동화되면 가입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보고 있다. 서류 발급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수수료 비용을 줄이고 소액 보험금을 포기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병원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진료의 코드를 표준화해 일부 병원의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금융전략실장은 “비급여 진료의 코드가 표준화되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며 “미국, 유럽 등에선 민영 보험도 의료기관이 보험금을 직접 청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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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청약 줄줄이 대기.. '반값 아파트'도 등장

경제 2018. 5. 27. 23:27
오는 31일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에서 1순위 청약을 받는 ‘미사역 파라곤’ 아파트.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마련된 모델하우스엔 지난 25일 개장 이후 연일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은 분양가가 책정돼 당첨만 되면 최소 3억~4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신규 분양물량이 쏟아지는 이번주에도 이 같은 청약시장 과열 현상이 속출할 전망이다. 주택보증공사(HUG)가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진풍경이다.

◆수도권 분양 ‘시세 반값’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새 아파트 분양이 줄을 잇고 있다. 인근 시세의 절반 수준에 나오는 물량도 있을 정도다. 미사역 파라곤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1430만원대다. 공공택지에 조성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았다. 전용면적별 평균 분양가는 102㎡가 5억6820만원, 107㎡가 5억8370만원, 117㎡가 6억4650만원이다. 단지 북쪽 ‘미사강변 더샵 리버포레’ 전용 112㎡의 전세가격(6억원 선)과 비슷한 수준이다. 단지 남측 ‘미사강변센트럴자이’는 전용 101㎡ 매물이 11억원에 나와 있다. 미사강변도시 풍산동 A 공인 관계자는 “인근 단지와 비교해 당장 시세 차익만 해도 3억~4억원은 충분히 나다 보니 수요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청약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경기 하남 감일지구에 포스코건설이 분양한 ‘포웰시티’도 비슷하다. 공공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3.3㎡당 평균 분양가 1680만원 선에 나왔다. 전용 99㎡ 분양가는 6억7800만원대였다. 인근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전용 98㎡가 최근 9억6000만원에 팔렸으니 인근 시세의 70% 수준에 분양된 셈이다. 시세차익이 크다 보니 가점 높은 수요자가 몰렸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가점이 만점인 당첨자 3명이 나온 이례적인 기록을 냈다.

지방도 비슷하다. 지난달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범어센트레빌’은 3.3㎡당 분양가가 평균 1964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 84㎡ 분양가 평균이 6억4600만원 선이었다. 인근 입주 9년 차인 ‘범어 삼성쉐르빌’의 같은 주택형 지난 2~3월 거래가(7억5000만~8억17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이상 싸다. 당초 조합은 3.3㎡당 약 1700만~2100만원대에 분양가를 책정했으나 HUG가 고분양가를 이유로 분양보증을 거부하자 분양가를 내렸다. 이 단지는 총 32가구 분양(특별공급 제외)에 2474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이번주 전국 5519가구 청약

HUG가 고분양가 규제를 이어가면서 ‘로또청약’ 열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주에는 전국 11곳에서 총 5519가구(오피스텔·임대 포함, 행복주택 제외)가 1순위 청약을 받는다. 모델하우스는 전국 7곳에서 개관할 예정이다. 29일 인천 ‘송도 더샵 트리플타워’, 30일 경기 ‘과천 센트레빌’이 1순위 청약을 받는다. 31일에는 ‘미사역 파라곤’, ‘평촌 어바인 퍼스트’, ‘화명 센트럴 푸르지오’가 공급된다.

31일 현대엔지니어링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 100의 4 일원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범어’ 모델하우스를 개관한다. 지하 2층~지상 26층, 5개 동, 전용면적 74~118㎡, 총 414가구 규모 단지다. 이 중 194가구가 일반 분양될 예정이다. 대구지하철 2호선 수성구청역이 도보 거리 내에 있는 역세권이다.

다음달 1일에는 현대건설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1-1구역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신촌’ 모델하우스를 열 예정이다. 예상 분양가가 3.3㎡당 2300만∼240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기존 단지와 비슷한 주택형 시세 차가 2억~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른바 ‘강북 로또단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최고 20층, 전용면적 37㎡~119㎡, 15개 동으로 구성된다. 총 1226가구 중 345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동부건설은 30일 경기 과천시 갈현동 639 일대에 과천12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천 센트레빌’ 1순위 청약을 받는다. 지상 최고 15층, 3개 동, 총 100가구 중 전용면적 84~130㎡ 57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이 가까운 역세권 단지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 등으로 최근 주택시장 동향이 혼조세라 기존 주택을 매입했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이들이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분양시장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시세차익을 거둘 만한 단지는 청약자들이 몰리는 쏠림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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